레몬트리 그리고 시 ;)

한국 현대시 100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만들어진 만화책, 레몬트리를 읽다.
시와 만화. 그리고 건진 아래 두편의 시.

바다는 매번 너무 젊어서 - 장석남

바다에 가는 길이 아니었는데도 우리들의 발걸음은 결국 바다에 닿지
않던가.

바다로 간 것은 아니었는데도 우리들 넋은 결국 바닷가에 머물며 물 빠진 해변을 밤
새 걷지 않았던가.

내가 밟고 다녔던 바닷길들 때론 저녁 밀물 위에 음악처럼 노을로 떠오르고
그 노을 빛을 딛고 오라 하는 이가 있어서 수평 너머의
바다는 아주 잠기어 지금 내 속으로 오고 있는 것이 아닌고.

바다는 매번 너무 젊어서 지금 바다에 비가 온다.

그런데 저것은 비 이외의 또 무엇인고.

바다는 매번 너무나 젊어서 저것은 파도 이외의 또 무엇인가.

바다에서 거두어 오는 발걸음은 늘 발걸음 하나만은 아니어서 바다
는 또한 더 멀리 사랑같은 쪽으로 아주 가지 않고 되돌아오기를 아직 
도 너무 젊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공터의 사랑 - 허수경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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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김동현 2009/09/03 21:42 # 삭제 답글

    이거 뒷이야기를 알고싶네요... 어디서 기다린다는 건지...
  • dalpul 2009/09/27 15:08 #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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